비비의 영국생활
'더 글로리' 아쉬운 점 & 이해 안가는 점 본문
더 글로리가 넷플릭스 드라마라 영국에서도 볼 수 있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나는 어제와 오늘에 걸쳐 파트2를 다 봤다. 일단 동은이의 복수는 꽉 닫힌 결말이라 좋았다. 주선생의 복수는 끝을 보여주진 않은 살짝 열린 결말(?)이라 아쉬웠다. 일단 재밌게 봤지만, 얼마나 재미있었는지는 이미 다른 블로그에서 충분이 말할 것 같기에, 나는 아쉬운 점을 설명해보려 한다.
1. 윤소희의 죽음은 밝혀진 것인가?
: 윤소희의 죽음에 관해서 파트2 내내 이야기가 오가고 냉동고에 있는 시신에 대해서도 끝없이 언급된다. 그러나 정작 결말에도 윤소희의 죽음이 정확히 어떻게 된 것이었고, 그녀가 자의적인 임신이 아닌 성폭행의 피해자였다는 사실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다. 특히 내내 시신의 존재를 이야기하며 벌벌 떨었지만 정작 보존된 시신이 어떤 증거로써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모습은 나오지 않는다. 박연진도 손명호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잡혀가는 것 처럼 나오지 윤소희의 죽음까지 총 두 번의 살인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 나오지 않아서 아쉬웠다. 사회적으로 매장을 시키려면 제대로 시켰어야 하는데 말이다.
2. 주선생은 어떻게 자신의 쓰임새를 짐작한 것인가?
: 15화의 마지막, 16화의 시작은 예상 외의 대화로 시작된다. 동은은 애초에 일부러 주선생에게 접근했고, 주선생은 그것을 알고도 기꺼이 이용당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부분이 꽤나 헷갈려서 다시 앞에서부터 타임라인을 되짚어 봐야했다.
소희의 죽음→ 살인마가 주선생 부친 살인 → 소희 시신이 안치실로 옮겨질 위기 → 문동은도 왔다가(이유는 모름) 소희 엄마 만남→ 소희 복수도 하기로 결심하고 사건조서 받음 → 이 즈음 주선생도 소희시신과 그 사연에 대한 이야기 들음 → 동은이 영양실조로 쓰러졌다가 주여정과 우연히 만남 → 도망친 동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시체안치실로 감 → 주여정 그걸 보고 + 나이 같아서 친구라고 짐작 → 동은 소희 엄마로부터 소희 시신이 안치실로 옮겨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사. 주여정이 주원장 아들이 것을 알게 됨. 접근 결심 → 주여정 '주병원 원장 아들'로 자신의 쓰임 짐작 → 이즈음 소희 엄마 보호자라고 등록해놨을 것으로 추측
대충 이정도인데, 내가 이해가 안가는 부분은-
- 왜 도망친 동은이 갑자기 신체안치실로 갔나? 만약 안치실 옮길 수 있다는 얘기를 이전에 이미 들어서 간거라면, 주병원에 대한 조사도 이 전에 했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그날 우연히 주여정을 병실에서 마주쳤을 때 못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애초에 대사에서도 '그 인턴이 주병원 원장 아들인 것을 알게되었다'고 나온다. 그러니 왜 도망친 동은이 시체안치실에 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냥 마침 같은 병원이라 들렀다는 정도의 설명만 가능하다.
- 시체 안치실에는 소희 시신만 있나? 어떻게 동은이 시체 안치실 앞에 있다는 이유 만으로 소희와 연결지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큰 병원에서 시신이 한 두구 인가?
- 주선생은 동은의 복수를 계획을 어찌 알았나? 대사에서 주선생은 애초에 자신의 쓰임을 알고 있었다고 하지만, 앞에서 보여지는 정보만으로 그가 어떻게 '동은이 복수를 할 것이며 그 속에 내가 쓸모가 있을 것이다' 라고 알게 되었는지 설명이 없다. 동은이 그냥 센치해져서 도망가다가 시체 안치실로 갔다고 치자, 그리고 그 시체 안치실에 소희만 있다고 치자, 그 앞에 아련하게 서있는 동은을 보고 확인해보니 나이가 같이 친구겠거니- 짐작했다고 치자. 그런데 그것 만으로 누가 ‘아~저 여자가 복수를 계획하고 있고, 거기서 내가 쓸모가 있을 테니 나에게 접근하게구나’ 하고 짐작할 수 있는가? 이건 거의 망상이다. 차라리 동은과의 대화에서 '그날 이후 소희 엄마에게 물어봤다가, 동은이 사건 조서를 가져갔으며 복수를 계획중이란 말을 들었다' 라고 했으면 더 설득력있게 설명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 대사 한 줄이 없는 불친절한 상황에 서 우리는 상상과 짐작을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한다.
3. 남의 불행은 헌신적으로 돕지만, 내 사람의 불행은 외면하는 동은?
복수가 끝나갈 즈음, 동은은 주여정이 모아놓은 살인마의 편지들과 흉기(?)컬렉션을 본다. 앞서 말했듯 동은은 이미 주선생일가에 일어난 불행한 사건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니 똑똑한 동은이 이 같은 것을 보고 둘을 연결 짓지 못했을리 없다. 그러나 동은은 강현남(동은의 조력자)과의 거래에서 (남편의 계획살인 외에) 딸의 미래 보장 같은 것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딸을 구제해 주기 위해 과외며 유학이며 아낌이 돕는데 반해, 정작 자신의 사람인 주선생의 불행은 외면한다. 그리고 본인의 복수가 끝나자마자 세상과 하직하려고 한다. 아니, 아무리 망나니로 쓰려고 했다지만, 그래도 그동안 도움받은 것도 있고 나눈 감정도 있는데 이렇게 혼자 이기적이게 (본인 복수 끝났다고) 죽으려고 하다니 엥? 싶었다. 같이 보고 있던 남자친구도 갑자기 왜 ‘우리’ 동은이가 이기적이게 구냐고 이해를 못했다.
4. 만능 치트키 소희엄마?
글 시작에서 말했던 것 처럼 파트1 은 파트 2에 비해 개연성이 좀 떨어지는 느낌인데, 이런 것들을 '소희 엄마' 하나로 다 커버하는 느낌이었다. 주선생이 동은의 복수 계획을 알고 자신의 쓰임을 짐작했다는 것도 (대사에는 언급이 없지만) '소희 엄마가 말해줬다'가 가장 설득력있는 가설이고, 어떻게 주여정의 엄마가 정확한 장소, 정확한 시간에 나타나 죽으려는 동은을 말릴 수 있었는지도 '소희 엄마' 하나로 설명한다. 주선생이면 어떻게 이해는 될 거 같은데, 너무 뜬금없이 주선생 엄마라서 + 그것도 그럴 수 있었던게 '소희 엄마'라서 다시 한번 엥? 싶었다.
5. 6개월간 템플스테이를 한 동은, 왜?
: 이 장면의 아쉬운 부분은 모든 신에서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단순히 주선생의 복수 페이즈로 넘어가기 위해서 억지로 개연성을 부여한 느낌이 들었다.
- 동은은 왜 6개월간 템플스테이를 했는가? : 혜정의 시어머니가 될 뻔 했던 여자A 와의 대화로 보아, 동은은 수 개월 동안 절에서 지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체적 이유는 나오지 않는다. 그저 복수 완료 후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 라고 하기엔, 주선생의 복수를 돕기 위한 판을 까는 모습이 나온다. A의 도움을 받는 조건이 템플스테이를 였다면, 굳이 주선생과 연락을 끊고 지낼 이유가 있나 싶다.
- 동은이 A를 어떻게 무엇을 도왔나? : 동은과 A의 대화에서 동은이 어떤 '년 놈'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데, 이게 누구인지 왜 동은이 이 정보를 제공할 수 있었는지 알 길이 없다. A는 마치 검은 세계에 힘이 꽤나 있어보이는 역할로 나오는데, 그런 사람이 한낱 선생이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스스로 알아내지 못할 이유가 있나 싶다.
- 갑자기 검은 세계의 큰손, A? : 도움의 댓가로 A는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동은이 수감된 살인자에 대해서 말하자, A는 수감을 위해서 소동이 필요하다 말한다. 그리고 덩치 큰 다른 수감자 셋에 의해서 구타사건이 발생한다. 파트1에서는 단순히 부유한 건물주처럼 나오던 A가 사실은 사채업을 하고, 교소도에 수감된 다른 수감자 셋을 조종해 소동을 일으킬 수 있을 만큼 검은 세계 큰 손인 것 처럼 그려진다. 이건 무슨 편리한 우연의 일치인가. 마침 주선생의 복수를 위해서 교도소에 손을 뻗칠 수 있는 검은세계의 인물이 필요했는데, 그것이 마침 혜정의 협박용으로 접근한 A 였다. 드라마이기 때문에 어느정도의 우연은 이해하지만, 너무 배경 설명이 부족하진 않았나 싶다.
6. 하도영은 전재준이 사고난 장소를 어떻게 알고 죽였을까?
: 전재준은 독극물(?)이 섞인 안약을 넣고 시력을 잃고 사고를 당한다. 이때 시멘트 차에 치이는데,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공사 현장을 떠돌다가 의문의 남자에게 밀쳐져 시멘트 속에 가라앉으며 죽음을 맞이한다. 물론 의문의 남자라고는 하지만 전재준이 죽은 장소가 공사장이라는 점, 치인 차가 시멘트 차라는 점, 똑같은 넥타이를 매고 있다는 점에서 하도영이 계획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이다. 안약에 독극물을 넣고, (예솔이가 유학간 것을 알고) 화가 난 재준을 불러내는 것 까진 동은의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갑자기 하도영이 치고 들어온다. 동은이 어떤 정보를 공유해준 것이 아닌 이상, 이 같은 계획살인은 불가능 하다. 나중에 동은이 전재준의 행방에 대해 '글쎄 나말고 원한 진 사람이 또 있었나보지' 식의 대사를 치지만, 이 모든 것이 우연이라고 하기엔 억지가 있다. 자신의 방에 신발을 벗고 들어온, 그러한 존중을 보여준 하도영에게 (딸을 지킬 수 있도록 주는) 마지막 선물이었을까? 남자친구는 이를 보고 '결국 예솔이의 엄마는 살인자이고, 친아빠는 성범죄자(소희 임신), 양아버지도 살인자네.' 라고 해서 씁쓸하고 웃겼다.
아마 동은이 하도영에게 정보를 넘기는 장면을 넣지 않은 이유가, 작가가 발표회에서 말했듯 사회적 차원의 처벌이 아닌 개인에 의한 복수라는 점에서 살인이 정당화 되지 않으니 그런 것 같다. 여기서 동은이 정보를 주는 것은 대놓고 살인 사주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손명오나 강현남 남편의 죽음에 동은은 판만 짰지, 죽음을 자초한 것은 그들이었다. 반면에 이 경우는 너무 직접적인 살인 사주로 보여지기에, 작가가 비난의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해 애매모호하게 진행한 것 같다.
(추가로, 하도영은 파트1에게 나이스한 개새끼 딱 그 자체라, 행동이나 생각이 잘 읽히지 않는 그런 매력있는 캐릭터였다. 그런데 파트2에서는 그냥 마냥 올바른, 그래도 나는 아빠! 모드여서 좀 아쉬웠다. 캐릭터의 매력이 살짝 떨어진 느낌?)
7. 시간 낭비로 완성되지 못한 주선생의 복수
: 마지막은 주선생의 복수에 관한 이야기였다. 마지막인 만큼 큰 임팩트를 줘야 할 타이밍이었지만 늘어지는 느낌이 있었다. 그 이유가 '살인마에 대한 개인적인 복수를 하는 것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였다. 우리는 충분히, 이미 파트 1만을 통해서 그 살인마가 죽어 마땅함을 안다. 그런데 계속해서 그 살인마가 했던 말들과 법정해서 보이는 무심한 행동을 통해 '그가 얼마나 주선생에게 살해당해야 마땅한지' 설득시킨다. 차라리 것보다 그 살인마가 주선생이 의사로 있는 교도소로 이감한 뒤, 밥 한끼 물 한모금 먹지 못하고 불안에 떠는 '지옥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마지막에 동은과 주선생이 교도소에 들어가는 모습에서 이같은 복수의 시작을 암시하고 있긴 하지만, 유일하게 가해자들 중에 제대로 고통받는 모습을 보지 못해 아쉬웠다.
8. (+추가) 무당의 빙의와 벌전은 실제인가, 연기인가?
: 무당은 굿을 하다 빙의된 모습을 보이는데, 이로인해 연진은 공포에 떤다. 그러다 무당은 벌전을 받아 죽게 된다. 빙의된 모습은 동은이 시켜서 한 연기 인 것 같다. 그날 무당이 강현남 남편의 계획 살인을 돕고 돌아오는 길에 동은을 만났으니 말이다. 처음에는 소희의 굿을 하게 함으로써 나중에 수사에 들어 갔을 때 연진 엄마의 단골 점집에서 피해자 굿 한 것 처럼 보이게 (정황증거를 만들게) 하려는 것 인 줄 알았다. 아무튼 약발 떨어진 무당이라는 점에서, 동은의 지시에 따라 (연진을 겁주기 위해) 빙의 연기를 하다가 실제로 벌전을 받은 것이 아닐까 싶다. 신이 외면한 줄 알았던 동은에게도 신의 보살핌이 있다는 암시.. 다만 이부분은 좀더 친절하게 풀어줬음 어땠을까 싶은 아쉬움이 있다.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찾아보니 연진 엄마 머리 위에 떨어진 부적 ?같은 것은 정확히 말하면 부적은 아닌데, 어쨌든 본인이 지은 죄에 대한 벌을 받게 된다는 암시라고 하더라)
'영국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국사람들은 왜 우산을 안쓸까? (0) | 2023.03.17 |
---|---|
2023년 인상된 영국최저시급 (0) | 2023.03.13 |
영국에 가볼만한 한국식당 리스트 (2) | 2023.03.12 |
강한 자만 살아남는 영국: NHS 의료시스템 (2) | 2023.03.10 |
영국의 다이소, 프라이마크 (0) | 2023.03.08 |